
이빨 — 모양 하나에 담긴 진화의 기록
생명과학 · 진화와 생물다양성 · 치의학
책 소개
고인류학자 피터 S. 엉거가 사람과 동물의 이빨 하나에 담긴 생물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이빨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라 동물이 죽은 뒤에도 오래 남고, 그래서 멸종한 동물이나 옛사람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 주는 단서가 됩니다. 저자는 고기를 찢는 뾰족한 송곳니, 풀을 가는 넓은 어금니처럼 이빨의 모양이 먹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모양이 오랜 진화를 거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치아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학생이 '왜 사람마다, 동물마다 이빨이 다르게 생겼을까'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빨의 크기와 모양, 구조, 마모, 화학 조성을 단서 삼아 그 동물이 무엇을 먹었는지 읽어 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원숭이 같은 일부 동물은 송곳니가 단검처럼 길고 뾰족한데, 이는 먹이를 붙잡고 찢는 데 쓰입니다.
풀이나 잎을 먹는 동물은 음식을 으깨고 갈기 좋은 넓고 울퉁불퉁한 어금니가 발달해 있습니다. 같은 사람의 입안에서도 앞니는 자르고 송곳니는 찢고 어금니는 가는 식으로 역할이 나뉩니다. 책은 이런 이빨의 차이가 동물이 살아온 환경과 먹이에 맞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생명과학에서는 오늘날의 수많은 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진화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변이라고 합니다.
그중 살아가는 환경에 더 유리한 특징을 지닌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고, 그 결과 유리한 특징이 세대를 거쳐 점점 퍼집니다. 이것이 자연선택입니다. 이렇게 변이와 자연선택이 쌓여 지금처럼 다양한 생물이 나타났습니다.
동물마다 이빨 모양이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생명과학에서 배우는 변이와 자연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 동물 무리 안에서도 이빨의 모양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풀을 주로 먹는 환경에서는 질긴 풀을 잘 갈 수 있는 넓은 어금니를 가진 개체가 먹이를 더 잘 먹고 살아남아 그 특징을 자손에게 남깁니다. 고기를 먹는 환경에서는 먹이를 찢기 좋은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개체가 유리합니다. 이렇게 먹이라는 환경에 맞는 이빨이 세대를 거듭하며 자리 잡은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상아를 노려 사냥하면서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더 많이 살아남은 사례가 있는데, 코끼리의 상아도 길게 자란 앞니라는 점에서 이빨이 자연선택을 받는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이빨이 먹이에 맞춰 진화했다는 점은 사람의 입안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한 가지만 먹는 동물과 달리 고기와 식물을 두루 먹는 잡식 동물이라,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이빨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앞니는 끌처럼 납작해서 음식을 자르고, 송곳니는 끝이 뾰족해 찢으며, 어금니는 표면이 넓고 울퉁불퉁해 음식을 으깨고 갑니다. 이렇게 한 입안에 여러 모양의 이빨이 나뉘어 있는 것은 다양한 먹이를 효율적으로 먹기 위한 적응입니다. 이빨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은 쉽게 닳지 않고 동물이 죽은 뒤에도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화석으로 남은 이빨의 모양과 닳은 흔적을 분석해, 멸종한 동물이나 옛사람이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거꾸로 추적합니다. 이 책을 출발점 삼아 사람과 여러 동물의 이빨 모양을 먹이와 짝지어 비교하고, 치아의 형태가 기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진화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