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의 연금술 — 공기 중 질소를 비료로 바꾼 화학 공정의 탄생
화학 · 화학 평형과 평형 이동 · 화학공학
책 소개
과학 저술가 토머스 헤이거가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꾼 하버-보슈 공정의 탄생을 두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의 삶과 함께 풀어내는 책입니다. 저자는 인구가 식량 생산을 앞지르며 대기근이 예고되던 20세기 초, 두 사람이 무한정 존재하는 공기 속 질소를 비료로 바꿔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해 낸 과정을 설명합니다. 동시에 같은 기술이 폭약과 독가스로도 쓰여, 기술이 식량과 무기라는 두 얼굴을 함께 지니게 된 사정도 보여 줍니다. 화학공학을 실험실의 반응을 대규모 산업 공정으로 옮기는 학문으로 이해하려는 학생이, '플라스크 속 반응을 어떻게 공장 규모로 키우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질소가 공기의 약 78퍼센트를 차지하는데도 식물이 이를 곧바로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질소 분자는 두 원자가 단단히 묶여 있어 좀처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하버는 높은 압력과 온도, 그리고 촉매를 써서 질소와 수소를 암모니아로 결합시키는 조건을 실험실에서 찾아냅니다.
그러나 저자는 진짜 어려움이 그다음에 있었다고 짚습니다. 실험실의 작은 장치에서 성공한 반응을 공장 규모의 거대한 압력 용기에서 안전하게 돌아가게 만든 것은 보슈와 그 연구진의 공학적 노력이었고, 책은 이 대량생산 공정을 완성하는 과정을 자세히 다룹니다. 같은 암모니아가 비료의 원료이면서 폭약의 원료이기도 했다는 점도 함께 서술됩니다.
화학 반응 중에는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반응도 있지만, 정반응과 역반응이 모두 일어날 수 있는 반응도 있습니다. 이렇게 양쪽으로 모두 진행되는 반응을 가역 반응이라고 합니다.
가역 반응에서 정반응의 속도와 역반응의 속도가 같아지면, 겉보기에는 반응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반응이 같은 속도로 계속 일어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를 동적 평형이라고 하며, 이때 반응물과 생성물의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렇게 평형에 도달한 계에 농도나 압력, 온도 같은 조건을 바꾸면, 그 변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합니다. 그래서 조건을 조절하면 원하는 물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공기 중의 질소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암모니아로 바꿀 수 있을까요? 화학에서 배우는 화학 평형과 평형 이동으로 그 원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질소와 수소가 암모니아를 만드는 반응은 정반응과 역반응이 함께 일어나는 가역 반응이어서, 그냥 두면 암모니아가 어느 정도만 만들어진 채 평형에 멈춥니다. 평형에 놓인 반응은 조건을 바꾸면 그 변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질소 분자 하나와 수소 분자 셋이 암모니아 분자 둘로 줄어드는 이 반응은 기체 분자 수가 감소하는 쪽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압력을 높이면 평형이 기체 분자 수가 적은 암모니아 쪽으로 이동해 수율이 올라가고, 이것이 하버-보슈 공정이 수백 기압의 고압을 쓰는 까닭입니다. 또 이 반응은 열을 내놓는 반응이라 온도를 낮출수록 평형은 암모니아 쪽으로 더 기울지만,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반응 속도가 느려져 실제 공정에서는 약 400~500도라는 절충 온도를 씁니다. 여기에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계속 빼내면 평형이 다시 생성물 쪽으로 이동해, 반응이 멈추지 않고 암모니아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버-보슈 공정이 압력과 온도를 까다롭게 조절하는 이유는, 암모니아 합성이 가역 반응이라 한 가지 조건만으로는 수율과 속도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압력의 측면에서 보면, 질소 분자 하나와 수소 분자 셋이 모여 암모니아 분자 둘이 되는 이 반응은 기체 분자의 수가 줄어드는 방향이므로, 압력을 높일수록 평형이 분자 수가 적은 암모니아 쪽으로 이동해 수율이 높아집니다.
온도의 측면에서는 사정이 엇갈립니다. 이 반응은 열을 내놓는 발열 반응이라 온도를 낮추면 평형은 암모니아 쪽으로 기울지만, 온도가 낮으면 반응 자체가 너무 느리게 일어나 실제로 얻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율에 유리한 저온과 속도에 유리한 고온 사이에서 약 400~500도라는 절충점을 잡고, 느려진 속도는 철 계열 촉매로 보완합니다.
여기에 반응으로 생긴 암모니아를 식혀 액체로 빼내면, 생성물이 줄어든 만큼 평형이 다시 암모니아를 만드는 쪽으로 이동해 반응이 계속 진행됩니다. 이 책에서 본 공기 중 질소의 합성을 출발점 삼아, 압력과 온도를 바꿀 때 암모니아 수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평형 이동의 원리로 설명해 보고, 산업 공정이 왜 이론상 가장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 절충 조건을 택하는지를 화학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