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격차 — 누가 더 일찍 병들고 죽는가, 그 답을 사회에서 찾는 책
사회와 문화 · 사회 불평등과 계층 · 보건학
책 소개
영국의 역학자 마이클 마멋이 '왜 가난한 사람이 더 일찍 병들고 죽는가'라는 물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저자는 세계보건기구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학자로, 영국 공무원 수만 명을 오래 추적한 화이트홀 연구를 비롯한 실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 자료에서 저자는 같은 직장 안에서도 직급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 주며, 건강 수명을 가르는 것은 개인의 생활 습관보다 소득과 교육, 노동 조건 같은 사회 구조라고 말합니다. 보건학을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건강을 다루는 학문'으로 처음 이해하려는 학생이, '건강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건강의 차이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료로 짚어 나갑니다. 저자가 자주 드는 사례는 화이트홀 연구인데, 영국 공무원을 직급별로 나누어 보니 가장 높은 직급보다 가장 낮은 직급의 사망 위험이 훨씬 컸고, 그 차이는 흡연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남았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사회적 사다리의 한 칸 한 칸마다 건강이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기울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면서 건강에 중요한 것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가진 것으로 자기 삶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이며, 소득과 교육, 일자리의 질이 그 통제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합니다.
사회와 문화에서는 부, 명예, 권력처럼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사회적 희소가치가 차등적으로 분배되어 개인이나 집단이 서열화되는 현상을 사회 불평등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불평등은 소득이나 재산의 차이로 나타나는 경제적 불평등, 권력을 얻고 행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불평등, 명예와 교육 수준의 차이로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불평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기능론은 불평등이 유능한 인재를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기 위한 합의된 결과라고 보고, 갈등론은 불평등이 지배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며 대물림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서열화된 위치가 세대를 거쳐 잘 바뀌지 않는 구조를 사회 계층 구조라고 합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도 누구는 더 일찍 병들고 누구는 더 오래 사는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사회와 문화에서 배우는 사회 불평등 현상으로 그 출발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희소가치인 소득과 교육, 좋은 일자리는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지 않고 차등적으로 분배되며, 그 결과 사람마다 놓인 사회적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위치는 단지 가진 돈의 액수에서 그치지 않고, 위험한 노동 환경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까지 좌우합니다. 그래서 경제적·사회·문화적 불평등이 그대로 건강의 차이로 이어지고, 사회 계층 구조가 잘 바뀌지 않는 만큼 그 건강 격차도 대를 이어 되풀이됩니다. 화이트홀 연구에서 낮은 직급의 사망 위험이 더 컸던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직급이 곧 소득과 통제력의 차이였고, 그 차이가 흡연 같은 개인 습관을 고려한 뒤에도 건강에 그대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건강 격차가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병이 개인의 게으름이나 운이 아니라 그 사람이 놓인 사회적 위치와 함께 분포한다는 뜻입니다. 보건학에서는 소득, 교육 수준, 직업, 주거와 노동 환경처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조건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고 부릅니다.
낮은 소득은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 더 나쁜 주거 환경, 더 큰 만성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랜 시간 쌓여 만성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끌어올립니다. 마멋이 말한 사회적 기울기는 이 관계가 가난한 최하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사다리의 모든 칸 사이에서 단계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보건학은 개인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애초에 누가 더 위험한 환경에 놓이는지를 묻고 그 분포 자체를 바꾸려 합니다. 이 책에서 본 화이트홀 연구를 출발점 삼아, 내가 사는 지역이나 특정 계층의 사망률·만성질환 자료를 찾아보고, 그 차이가 소득이나 교육 같은 어떤 조건과 함께 움직이는지를 사회 불평등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