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물고기 — 사람의 손과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왜 닮았을까
생명과학 · 진화와 생물다양성 · 수의학
책 소개
고생물학자이자 해부학자인 닐 슈빈이 사람의 몸 곳곳에 남은 물고기의 흔적을 추적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북극에서 지느러미와 다리의 중간 형태를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을 직접 발굴한 학자로,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사람의 손까지 이어지는 뼈와 유전자의 연속성을 화석과 배아 실험으로 차근차근 보여 줍니다. 책의 핵심은 사람·물고기·도롱뇽처럼 겉모습이 전혀 다른 동물도 같은 기본 설계도를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수의학은 개와 소, 새, 물고기처럼 종이 다른 동물을 두루 진료하는 학문이라, '종이 달라도 몸의 구조가 왜 이렇게 비슷한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려는 학생에게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책은 사람 팔의 뼈 배열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위팔에 긴 뼈 하나, 아래팔에 두 개, 그다음 손목과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이 순서가 박쥐의 날개, 말의 앞다리, 개구리의 다리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점을 저자는 짚어 냅니다.
이렇게 기능과 모양은 달라도 같은 뼈 배열을 공유하는 까닭은 이 동물들이 먼 옛날 한 조상에게서 같은 설계도를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발굴한 틱타알릭 화석이 지느러미 안에 이미 위팔뼈와 아래팔뼈에 해당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동물의 다리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변형되어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오늘날 지구의 수많은 생물은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의 결과입니다. 진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원리가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으로, 환경에 더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기면서 그 형질이 집단에 퍼지는 과정을 말합니다.
진화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보여 주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상동 기관입니다. 사람의 팔, 새의 날개, 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쓰임이 서로 다르지만 뼈의 배열이 닮아 있는데, 이는 이들이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뜻합니다. 이렇게 여러 동물이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생물들이 공통조상에서 변형을 거치며 다양하게 갈라졌다는 진화의 증거가 됩니다.
종이 전혀 다른 동물의 몸이 어떻게 이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요? 생명과학에서 배우는 상동 기관과 공통조상으로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팔, 박쥐의 날개, 말의 앞다리는 나는 일, 걷는 일처럼 하는 역할이 다 다르지만, 위팔에 긴 뼈 하나와 아래팔에 두 개가 놓이는 뼈의 배열은 동일합니다. 역할이 다른데도 구조가 같은 까닭은 이 동물들이 같은 조상에게서 한 벌의 설계도를 물려받은 뒤, 각자의 환경에 맞게 그 설계도를 조금씩 변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해부학에서는 여러 동물의 뼈와 기관의 배열을 맞대어 보면 어느 종끼리 더 가까운 조상에서 갈라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틱타알릭은 지느러미 안에 이미 위팔뼈에 해당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뭍으로 올라온 동물의 다리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변형되어 나왔다는 연결 고리가 됩니다. 수의사가 개·소·새의 골격을 비교하며 진료하는 일도 이처럼 종을 가로지르는 공통 구조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여러 동물이 같은 뼈 배열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진화가 무에서 새 구조를 만들어 내기보다 이미 있던 구조를 조금씩 고쳐 쓴다는 점과 이어집니다. 공통조상에게서 물려받은 하나의 설계도가 후손마다 환경에 따라 변형되면, 같은 뿌리를 가진 기관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 기원이 같아 기본 구조가 일치하는 기관을 상동 기관이라 하고, 반대로 기원은 다른데 같은 환경에 적응하느라 겉모습만 비슷해진 기관을 상사 기관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와 새의 날개는 둘 다 나는 데 쓰이지만, 박쥐의 날개는 앞다리 뼈가 변형된 상동 기관인 반면 곤충의 날개는 뼈에서 유래하지 않아 상사 기관에 해당합니다. 비교해부학과 발생학은 이러한 구조의 유래를 따져 어느 종이 더 가까운 친척인지를 밝히는 학문이고, 종이 다른 동물을 두루 다루는 수의학의 기초가 됩니다. 이 책에서 본 지느러미와 손의 연속성을 출발점 삼아, 사람과 가축의 앞다리 골격을 비교해 어느 뼈가 서로 대응하는지를 찾아보고, 그 대응이 공통조상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진화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