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 멘델의 완두에서 인간 게놈까지, 유전 개념이 자란 과정
생물의 유전 · 사람의 유전 · 생명공학
책 소개
퓰리처상을 받은 의사이자 작가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유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편의 역사로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1865년 멘델의 완두 실험에서 출발해 다윈의 진화론,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발견을 거쳐 2001년 인간 게놈 지도 완성까지를 차례로 따라갑니다. 한 챕터씩 읽다 보면 교과 과정에서 한 줄로 요약하고 넘어가는 발견들이 그 시대 과학자들의 고민과 함께 되살아납니다. 저자가 자기 가족의 정신질환 내력을 군데군데 끼워 넣은 부분은 유전이 통계나 실험을 넘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닿는지를 보여 줍니다. 생명공학을 산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이 자라온 과정'으로 먼저 이해하고 싶은 학생에게 출발점이 되는 책입니다.
책은 유전 개념이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이 아니라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졌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멘델은 완두를 여러 세대 교배해 형질이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는 규칙을 찾아냈지만, 그가 말한 '유전 인자'가 실제로 무엇인지는 한참 뒤에야 밝혀집니다.
저자는 이 인자가 염색체 위의 유전자이고, 다시 그 본체가 DNA라는 분자라는 사실이 수십 년에 걸쳐 차례로 확인된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러면서 유전 지식이 우생학처럼 위험하게 쓰인 역사도 함께 짚어, 유전을 다루는 일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물음은 '유전이라는 정보는 어떻게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해지는가'입니다.
생물의 유전에서는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해지는 특성을 유전 형질이라 하고, 이를 결정하는 DNA 구간을 유전자라고 합니다. 유전자는 상동 염색체의 같은 위치에 쌍으로 존재하는데, 같은 위치에 자리한 한 쌍을 대립유전자라고 합니다.
멘델은 완두 실험으로 유전의 기본 규칙인 우열의 원리,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을 정리했습니다. 이 가운데 분리의 법칙에 따르면,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 쌍을 이루던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른 생식세포로 나뉘어 들어갑니다. 그래서 자손은 부모 양쪽에서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아 다시 쌍을 이루고, 이 조합이 자손의 유전 형질을 결정합니다. 사람은 교배 실험을 할 수 없어 가계도 조사나 DNA 염기서열 분석 같은 방법으로 유전을 연구합니다.
멘델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에 어떻게 유전의 규칙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생물의 유전에서 배우는 대립유전자와 분리의 법칙으로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멘델은 완두의 한 형질을 두고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교배하면서, 자손에서 형질이 3 대 1 같은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 규칙성은 형질을 정하는 무언가가 쌍으로 존재하다가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 둘로 나뉘어 전해진다고 보면 깔끔하게 설명됩니다. 멘델은 그 '무언가'의 정체를 몰랐지만, 형질이 나타나는 비율을 근거로 유전 인자가 쌍을 이루고 분리된다는 규칙을 먼저 세운 것입니다. 뒷날 이 인자가 염색체 위의 유전자이고 그 본체가 DNA라는 분자임이 밝혀지면서, 멘델의 규칙은 분자 수준에서 다시 뒷받침됩니다. 무케르지가 책에서 멘델부터 인간 게놈까지를 한 줄기로 잇는 것도, 유전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관찰에서 분자로 한 단계씩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유전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라온 과정은 '눈에 보이는 형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로 설명의 층이 깊어진 역사입니다. 멘델은 완두의 색과 모양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형질만 보고도, 형질을 정하는 인자가 쌍으로 존재하다가 생식세포로 나뉘어 전해진다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다음 세대 과학자들은 이 인자가 세포 속 염색체 위에 자리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다시 그 염색체를 이루는 물질 가운데 DNA가 유전 정보를 담은 본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서, 사람의 DNA 전체 염기서열이 한눈에 정리되어 어떤 구간이 어떤 형질이나 질병과 연관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유전학은 형질의 비율을 세는 일에서 시작해 염색체, DNA, 전체 염기서열로 분석 대상을 좁혀 온 학문입니다. 이 책에서 본 유전 개념의 발전 과정을 출발점 삼아, 멘델이 세운 분리의 법칙이 오늘날의 DNA 지식으로 어떻게 다시 설명되는지를 한 가지 형질을 예로 들어 정리하고, 사람의 유전 연구가 가계도에서 염기서열 분석으로 넘어오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