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의 비밀 — 통증은 손상의 신호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 내는 경험이다
생명과학 · 자극과 반응, 항상성 · 응급구조학
책 소개
옥스퍼드대학에서 통증을 연구하는 의사 몬티 라이먼이 '아프다'는 감각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최신 신경과학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다친 곳이 없는데도 아픈 환상통과 만성 통증, 반대로 크게 다쳤는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 사례를 나란히 놓고 살펴봅니다. 그러면서 통증이 몸의 손상을 그대로 알려 주는 신호가 아니라, 여러 정보를 종합해 뇌가 만들어 내는 경험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응급구조사는 환자의 '어디가, 얼마나 아픈가'라는 통증 호소를 빠르게 읽어 상태를 판단해야 하므로, '통증은 도대체 몸의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통증을 단순히 상처의 크기에 비례하는 감각으로 보지 않습니다. 저자는 다친 부위의 신호가 신경을 따라 뇌까지 전달되더라도, 그 신호를 통증으로 느낄지 말지는 뇌가 상황을 함께 판단해 결정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근거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이미 없는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과, 전쟁터나 사고 현장처럼 극한 상황에서 큰 부상을 입고도 한동안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례를 듭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사람의 상태나 맥락에 따라 통증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통증은 손상 정도를 그대로 알려 주는 신호가 아니라 뇌가 해석해 내놓는 결과라는 것이 책의 핵심입니다.
우리 몸이 자극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일은 신경계가 맡는데,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가 뉴런입니다. 뉴런은 다른 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는 가지돌기,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피부 같은 감각기관에서 생긴 자극은 구심성 뉴런을 따라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로 전달됩니다. 한 뉴런의 축삭돌기 끝과 다음 뉴런의 가지돌기가 마주하는 좁은 틈을 시냅스라고 하며, 신호는 이 시냅스를 건너 다음 뉴런으로 전달됩니다. 이렇게 자극이 뉴런을 거쳐 중추신경계까지 전달되고, 중추신경계가 정보를 종합해 적절한 반응 명령을 내립니다.
다친 정도가 비슷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세기가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생명과학에서 배우는 뉴런과 신경 신호 전달로 그 출발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친 부위에서 생긴 자극은 구심성 뉴런을 따라 신호로 바뀌어 시냅스를 건너며 중추신경계인 뇌까지 전달됩니다. 여기까지는 자극이 전달되는 경로일 뿐, 그 신호 자체가 곧바로 통증인 것은 아닙니다. 신호가 뇌에 도착한 뒤, 뇌가 그 신호를 다른 정보와 함께 판단해 통증으로 느낄지를 정하기 때문에, 같은 손상이라도 상황에 따라 통증의 세기가 달라집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뇌는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 통증을 키우고 더 급한 일이 있다고 판단할 때 통증을 누르기도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큰 부상을 입고도 한동안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 그 예입니다. 그래서 통증은 손상의 정도를 그대로 알려 주는 신호라기보다, 뇌가 신경 신호를 해석해 내놓는 결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통증이 뇌가 만들어 내는 경험이라는 말은, 다친 부위의 신호와 우리가 느끼는 아픔이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피부나 근육이 손상되면 그 자리의 감각 뉴런이 자극을 신호로 바꾸어 척수를 거쳐 뇌로 보냅니다.
그런데 뇌는 이 신호를 그대로 통증으로 옮기지 않고, 지금 처한 상황과 과거 경험, 주의가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함께 따져 통증의 세기를 정합니다. 그래서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작은 손상에도 통증을 강하게 일으켜 몸을 보호하게 하고, 당장 살아남는 일이 더 급하다고 판단되면 큰 부상에도 통증을 한동안 억눌러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손상이 다 나은 뒤에도 신경이 신호를 과하게 보내 통증이 남는 만성 통증, 없는 부위에서 아픔을 느끼는 환상통도 이렇게 뇌가 신호를 해석한다는 관점에서 설명됩니다. 이 책에서 본 '통증은 손상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 내는 경험이다'라는 생각을 출발점 삼아, 같은 부상이라도 환자에 따라 통증 호소가 왜 다른지를 신경 신호 전달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