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것들의 과학 — 강철·유리·다이아몬드의 성질은 어디서 갈릴까
화학 · 화학 결합 · 신소재공학
책 소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기계공학과 교수인 마크 미오도닉이 강철, 종이, 콘크리트, 유리, 흑연, 자기처럼 우리 곁에 흔한 재료 열 가지를 한 장씩 골라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면도날이 왜 잘 들고 유리는 왜 투명하며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은 같은 탄소인데도 왜 성질이 정반대인지를 던지고, 그 답을 재료를 이루는 원자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묶여 있는지에서 찾습니다. 같은 원소라도 원자를 잇는 방식이 달라지면 단단함, 투명함, 전기를 통하는 정도가 모두 달라진다는 것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입니다. 신소재공학을 '구조를 설계해 원하는 성질을 만드는 학문'으로 처음 접하는 학생이, '재료의 성질은 무엇이 정하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재료 하나하나를 그 성질이 나오는 원자 수준의 까닭과 함께 풀어냅니다. 흑연을 다루는 장에서는 똑같은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 원자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느냐에 따라 한쪽은 연필심처럼 잘 부스러지고 다른 쪽은 가장 단단한 물질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유리를 다루는 장에서는 유리가 투명한 까닭을, 강철을 다루는 장에서는 순수한 철에 다른 원소를 섞어 강철을 만들면 왜 더 단단해지는지를 짚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재료의 겉으로 드러나는 성질을 원자들의 결합과 배열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합니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더 안정한 상태가 되려고 전자를 주고받거나 함께 나누며 결합합니다. 금속 원자가 비금속 원자에게 전자를 넘겨 양이온과 음이온이 되면, 둘 사이의 전기적인 인력으로 묶이는 이온 결합이 됩니다.
비금속 원자끼리 전자쌍을 함께 나눠 가지면 공유 결합이 되고, 금속 원자들이 모여 전자를 자유롭게 내놓으면 양이온과 자유 전자가 묶이는 금속 결합이 됩니다. 어떤 결합으로 묶였느냐에 따라 그 물질의 녹는점, 전기를 통하는 정도, 단단한 정도 같은 성질이 달라집니다. 소금이 물에 잘 녹고,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며, 다이아몬드가 단단한 것이 모두 결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왜 성질이 정반대일까요? 화학에서 배우는 결합의 종류와 배열로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에서는 탄소 원자 하나가 이웃한 네 개의 탄소와 모두 공유 결합으로 단단히 묶여 입체 그물처럼 빈틈없이 이어집니다. 한 원자를 밀어도 사방의 결합이 함께 버티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물질이 됩니다. 반면 흑연에서는 탄소가 같은 평면 안에서만 세 방향으로 공유 결합을 이루어 판 모양의 층을 만들고, 층과 층 사이는 약한 힘으로만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탄소라도 결합이 입체로 빈틈없이 이어진 다이아몬드는 단단하고, 층끼리 약하게 붙은 흑연은 층이 쉽게 미끄러져 연필심처럼 부스러집니다. 원소가 같아도 원자를 잇는 방식이 달라지면 성질이 이렇게 갈리므로, 재료의 단단함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묶였는지로 정해집니다.
재료의 성질이 결합 방식에서 갈린다는 것은, 같은 원소를 쓰더라도 원자를 어떻게 배열하고 묶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결합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금속 결합으로 묶인 물질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가 있어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고 두드리면 모양이 변하며, 이온 결합으로 묶인 물질은 단단하지만 충격에 잘 깨지고 녹거나 물에 녹으면 전기를 통하게 됩니다.
공유 결합으로 묶인 물질은 결합이 입체로 빈틈없이 이어지면 다이아몬드처럼 매우 단단해지고, 층 구조를 이루면 흑연처럼 한 방향으로 쉽게 미끄러집니다. 신소재를 만드는 일은 이 점을 거꾸로 이용하는 작업입니다. 원하는 성질을 먼저 정한 뒤, 그 성질이 나오도록 어떤 원소를 어떤 결합과 배열로 묶을지를 설계합니다.
순수한 철에 탄소나 다른 금속을 조금 섞어 결합과 미세 구조를 바꾸면 더 단단한 강철이 되는 것이 그런 예입니다. 이 책에서 본 재료들을 출발점 삼아, 익숙한 물질 한 가지를 골라 그 성질이 어떤 결합과 배열에서 나오는지를 화학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