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서 있는가 — 무거운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
물리학 · 힘과 운동 · 건축공학
책 소개
거대한 건물이 그 큰 무게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컬럼비아대 건축·구조공학 교수였던 마리오 살바도리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피라미드, 보와 기둥, 마천루, 에펠탑, 교량, 돔처럼 시대마다 인류가 세운 대표 건축물을 하나씩 짚으며, 각 건물이 어떤 방식으로 중력을 버텨 내는지를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합니다. 그래서 구조역학이 외워야 하는 공식 모음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세월 중력을 견디기 위해 쌓아 온 건축의 흐름으로 읽힙니다. 건축공학을 지망하는 학생이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건물에 작용하는 힘을 크게 누르는 힘과 당기는 힘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건물에는 우선 자기 무게와 그 위에 실리는 하중이 아래로 작용하고, 건물은 이 힘을 기둥과 벽을 거쳐 땅으로 흘려보내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보와 기둥 구조에서는 위에서 누르는 무게를 기둥이 압축을 받아 버티고, 아치와 돔에서는 곡선 모양을 따라 힘이 옆으로 퍼지면서 무게를 분산합니다. 저자는 에펠탑이 바람과 자기 무게를 어떻게 견디는지, 다리가 어떻게 강을 건너뛰면서도 처지지 않는지를 차례로 보여 주며, 결국 모든 구조는 작용하는 힘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짜여 있어야 한다고 정리합니다.
한 물체에 여러 힘이 동시에 작용할 때 그 힘들과 같은 효과를 내는 하나의 힘을 알짜힘이라고 합니다.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이 0이면 그 물체는 힘의 평형을 이루어, 정지해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하고 운동하던 물체는 등속으로 움직입니다.
이것을 뉴턴 제1법칙, 곧 관성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체가 회전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면 미는 힘뿐 아니라 돌리는 효과까지 상쇄되어야 합니다. 회전축을 중심으로 물체를 돌리는 효과를 돌림힘이라고 하며, 알짜힘과 알짜 돌림힘이 모두 0일 때 비로소 물체는 완전한 평형 상태에 놓입니다.
건물은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까요? 물리학에서 배우는 힘의 평형으로 그 출발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지해 있는 건물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그 건물에 작용하는 알짜힘과 알짜 돌림힘이 모두 0인 평형 상태에 있습니다. 건물에는 자기 무게와 위에 실린 하중이 아래로 작용하는데, 이 힘이 그냥 사라지지는 않으므로 건물은 같은 크기의 힘으로 떠받쳐 알짜힘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둥이 위에서 누르는 무게만큼 압축을 받아 되밀어 주고, 그 힘이 다시 땅의 떠받치는 힘과 균형을 이룰 때 건물은 정지 상태를 유지합니다.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건물을 넘어뜨리려는 돌림힘이 생기는데, 이때는 반대쪽 구조가 같은 크기의 돌림힘으로 버텨 알짜 돌림힘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치와 돔이 무거운 지붕을 견디는 까닭도 곡선을 따라 힘이 옆으로 퍼져, 각 부분에서 힘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중을 나눠 받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서 있다는 것은 작용하는 모든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건물에는 자기 무게, 사람과 가구의 하중, 바람과 지진처럼 옆에서 미는 힘이 함께 작용합니다.
이 힘들이 한 점에서 모두 상쇄되어 알짜힘이 0이 되고, 동시에 건물을 회전시키려는 돌림힘까지 상쇄되어 알짜 돌림힘이 0이 될 때 건물은 평형을 유지합니다. 이때 재료가 받는 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기둥처럼 위에서 눌리는 부재는 압축력을 받고, 매달린 줄이나 다리의 케이블처럼 늘어나려는 부재는 인장력을 받습니다.
콘크리트는 압축에 강하지만 당기는 힘에는 약하고, 강철은 인장에 강하기 때문에, 둘을 함께 쓴 철근 콘크리트가 두 힘을 모두 견디게 됩니다. 구조 설계란 결국 건물에 작용할 힘을 미리 계산해, 각 부재가 받을 압축과 인장을 그 재료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 두는 일입니다. 이 책에서 본 여러 건축물을 출발점 삼아, 익숙한 다리나 건물 하나를 골라 어디에 압축이 걸리고 어디에 인장이 걸리는지를 힘의 평형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