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의 미래 — 전염병과 도시화는 우리가 사는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가
통합사회1 · 산업화와 도시화 · 건축학
책 소개
건축가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인 유현준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공간을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처럼 우리가 매일 쓰는 공간이 전염병을 계기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하나씩 살펴봅니다. 사람은 모여야 살 수 있는데 전염병은 모이는 일을 위험하게 만들었고, 그 긴장 속에서 도시 공간이 다시 짜인다는 것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건축이 멋진 건물을 짓는 일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임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도시는 왜 이런 모양으로 자라났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도시가 사람과 일자리를 한곳에 모으면서 커졌다는 점을 먼저 짚습니다. 산업화로 일자리가 도시에 생기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한정된 땅에 많은 기능을 담기 위해 건물은 높아지고 거리는 빽빽해졌습니다.
그런데 전염병은 이렇게 밀집한 구조의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저자는 그렇다고 도시가 해체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대신 사무실의 일부가 집으로 옮겨 가고, 사람들이 몰리던 큰 상업 시설 대신 동네 단위의 작은 공간이 늘어나는 식으로 도시의 밀집 방식이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모이는 힘과 흩어지는 힘이 맞부딪치며 도시의 모양이 다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농업 중심의 사회가 공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사회로 바뀌는 과정을 산업화라고 합니다. 산업화가 일어나면 촌락의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면서, 전체 인구 가운데 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도시화가 진행됩니다.
도시에 사람과 기능이 몰리면,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층 건물이 밀집하면서 토지를 더욱 집약적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도시가 성장하면 그 내부도 접근성에 따라 업무와 상업, 주거, 공업 지역으로 나뉘고, 대도시의 인구와 기능이 주변 지역으로 퍼지면서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대도시권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도시는 왜 건물을 높이 올리고 거리를 빽빽하게 채우는 방향으로 자라났을까요? 통합사회에서 배우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로 일자리가 도시에 생기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한정된 땅에 많은 사람과 기능이 몰립니다. 좁은 땅에 많은 기능을 담으려다 보니 건물은 위로 높아지고 거리는 빽빽해지는데, 이것이 토지의 집약적 이용이고 도시가 밀집한 모양으로 자라는 까닭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밀집이라는 성질을 다른 각도에서 봅니다. 모이는 힘이 도시를 키웠다면, 전염병처럼 모이기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생기면 그 밀집을 일부 풀어내는 방향으로 공간이 조정된다는 것입니다. 사무실 기능의 일부가 집으로 분산되고 동네 단위의 작은 공간이 늘어나는 변화는, 토지의 집약적 이용이라는 교과 개념 위에서 모이는 힘과 흩어지는 힘의 균형이 다시 맞춰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밀집하는 까닭은 사람과 기능을 한곳에 모을수록 이동 거리가 줄고 일을 주고받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와 사람이 가까이 있을수록 출퇴근이 짧아지고, 가게와 손님이 모일수록 거래가 활발해지므로, 도시는 한정된 땅에 더 많은 기능을 담는 쪽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땅값이 비싼 도심일수록 건물을 위로 높이 올려 단위 면적당 사용 공간을 늘리고, 이것이 토지의 집약적 이용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밀집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사람이 가까이 모일수록 전염병이 퍼지기 쉽고, 한 공간에 기능이 몰릴수록 그 공간이 멈추면 도시 전체가 타격을 받습니다.
모이는 데서 오는 이득과 모이는 데서 오는 위험이 함께 커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도시 공간은 두 힘의 균형점에서 모양이 정해지고, 균형을 흔드는 사건이 생기면 그 모양도 달라집니다.
전염병이 퍼지면 한곳에 몰렸던 기능 가운데 일부를 집이나 동네로 분산해 위험을 낮추는 식입니다. 이 책에서 본 도시의 변화를 출발점 삼아,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과 기능이 어디에 얼마나 모여 있는지 살펴보고, 그 밀집이 어떤 이득과 위험을 함께 가져오는지를 산업화·도시화의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