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 — 무엇이 건물을 서 있게 하고 무엇이 무너뜨리는가
물리학 · 힘과 운동 · 건축디자인
책 소개
구조를 전공한 건축가 함인선이 동서양의 건물 붕괴 사고를 통해 '서 있는 일'로서의 건축을 풀어내는 책입니다. 저자는 건물이 무너지는 직접적인 원인을 21가지로 나눠 살펴보고, 뒤이어 건물을 떠받치는 일반구조와 구조역학을 설명합니다. 건축이라고 하면 외형과 멋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그 형태를 실제로 서 있게 하는 것은 무게를 견디고 힘을 흘려보내는 구조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건축디자인을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일이자 동시에 그 형태가 안전하게 버티도록 설계하는 일로 이해하려는 학생이, '건물은 무엇으로 서 있고 무엇 때문에 무너지는가'라는 의문으로 탐구를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은 건물이 무너지는 원인을 직접적인 원인 21가지로 분류해 하나씩 짚은 뒤, 건물을 떠받치는 일반구조와 구조역학의 기본을 설명합니다. 붕괴라는 결과만 보면 사고는 제각각이지만, 저자는 그 밑바탕에 건물이 받는 무게를 구조가 감당하지 못해 균형이 깨졌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보여 줍니다.
부제가 '붕괴의 과학, 사고의 사회학'인 데서 알 수 있듯, 책은 힘과 구조라는 과학의 문제와 함께, 설계·시공·관리에서 생긴 사회적 원인까지 나란히 다룹니다. 화려한 외형보다 그 외형을 버티게 하는 구조가 건축의 토대라는 점을 사고 사례로 일깨우는 책입니다.
물리학에서는 한 물체에 여러 힘이 동시에 작용할 때, 이 힘들과 같은 효과를 내는 하나의 힘을 알짜힘이라고 합니다. 알짜힘이 0인 상태를 힘의 평형이라고 하며, 이때 정지해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습니다.
이것이 뉴턴 제1법칙입니다. 힘이 물체를 회전시키는 효과는 따로 다루는데, 회전축에서 힘의 작용점까지의 거리와 힘의 크기를 곱한 값을 돌림힘이라고 하고, 물체에 작용하는 모든 돌림힘의 합이 0인 상태를 돌림힘의 평형이라고 합니다. 또 물체를 이루는 모든 부분의 무게가 한 점에 모여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을 무게 중심이라고 하는데, 무게 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바닥면을 벗어나면 물체는 넘어집니다. 그래서 바닥이 넓고 무게 중심이 낮을수록 구조물은 안정적입니다.
건물은 왜 가만히 서 있을 수 있고, 어떤 순간에는 갑자기 무너질까요? 물리학에서 배우는 힘의 평형과 무게 중심으로 그 출발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건물에는 늘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그 무게를 받쳐 위로 떠받치는 힘이 함께 작용합니다. 이 두 힘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어 알짜힘이 0이 되면 건물은 움직이지 않고 평형 상태를 유지합니다. 건물이 서 있다는 것은 작용하는 모든 힘과 돌림힘이 균형을 이루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거나 기울어지지 않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기둥이 받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무게가 실리거나, 지진처럼 옆에서 미는 힘이 더해지면 이 균형이 깨집니다.
무게 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건물의 바닥면을 벗어나는 순간 건물은 한쪽으로 넘어가고, 받치던 힘이 무너지면 눌려 있던 무게가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집니다. 건물을 실제로 견디게 하는 무게 계산과 부재 설계는 이 평형 개념을 건축 재료에 적용하는 응용 영역인데, 이 책이 다루는 붕괴 사고들은 바로 그 균형이 어디서 어떻게 깨졌는지를 보여 줍니다.
건물이 무너진다는 것은 결국 그 건물에 작용하는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뜻입니다. 서 있는 건물에는 자기 무게와 그 위에 실린 사람·물건의 무게가 아래로 작용하고, 기둥과 벽, 기초가 이 무게를 떠받쳐 위로 버팁니다.
두 방향의 힘이 같아 알짜힘이 0이면 건물은 정지 상태를 유지하지만, 받치는 힘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평형이 깨지면서 무너집니다. 무너짐은 보통 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가장 약한 기둥이나 이음매가 먼저 한계를 넘으면 그 부분이 받던 무게가 옆으로 옮겨 가고, 옮겨 받은 곳이 다시 한계를 넘으면서 무너짐이 연쇄적으로 번집니다.
여기에 무게 중심도 중요한데,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 무게 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바닥면을 벗어나면 돌림힘의 균형이 깨져 그대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건물을 안전하게 세우는 일은 예상되는 무게와 바람·지진 같은 힘을 미리 따져, 모든 부분이 평형을 유지하도록 힘이 흐를 길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 책에서 본 붕괴 사고들을 출발점 삼아, 익숙한 건물 하나를 골라 그 무게가 어떤 경로로 기초까지 전해지는지를 힘의 평형이라는 관점에서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